기사제목 [심층취재파일] “줄어들지 못한 근로시간, 좋아지지 않는 근무환경” 중복 할증이 발목 잡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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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파일] “줄어들지 못한 근로시간, 좋아지지 않는 근무환경” 중복 할증이 발목 잡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기사입력 2017.03.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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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단축, 또다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교섭단체 4당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는데요, 기업에 미칠 부담을 고려해서 일시적으로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중복 할증’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근로시간 문제, 자세하게 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씩 40시간으로 제한하는 대신 연장근로를 매주 12시간씩 허용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은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노동부는 1주일에서 휴일을 제외한 주중 5일을 근로의무가 있는 날로 봄에 따라,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가 허용됐습니다. 이로 인해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52시간이 아닌 16시간을 더해 68시간으로 현장에서 굳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재계는 그동안 '1주'의 해석을 두고 주 7일이냐 5일이냐는 공방을 10년 넘게 계속해왔습니다.

이번 논의된 개정안에서는 법적으로 5일로 간주된 1주에 대한 규정을 7일로 정했습니다. 다만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년간, 300인 미만 사업장은 4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휴일 근로 ‘중복 할증’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해선 통상임금에 50% 할증을 붙인 수당을 지급합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라 1주일이 주말을 포함하게 되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은 연장근로이면서, 동시에 휴일근로가 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연장근로 가산금에다 휴일 근로 가산금을 각각 합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중복 할증’의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련 소회에서 합의가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재계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재계 관계자들은 근로시간 축소로 인해 추가 고용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소기업들에는 존폐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등으로 기업들은 12조 3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중 중소기업이 부담할 비용은 8조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OECD 회원국가중 한국이 두번째로 긴 노동을 하는 만큼 근로시간은 일단 단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이 주당 최대 52시간인 만큼, 이를 두고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게 될 경우 야근이나 잔업, 휴일근무 등을 통한 각종 수당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것인데요, 특히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은 제조 대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반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됩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부 중소기업의 근로자들도 초과근무 등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온 만큼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소득감소로 인한 생계 타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향후 기본급 인상 논란이 노사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계에 무조건 득이 될지 안 될지 섣불리 단언하기 힘들다"는 노동계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까지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을 감안해 볼 때 이번 기회에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상 심층 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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