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성역전] 학내군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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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역전] 학내군기,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을 바로잡으려면 개념부터 바로 알아야
기사입력 2017.08.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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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군기 문제는 대중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이슈 중 하나이다. 학부생, 대학원생 할 것 없이 문제로 대두된 사건들이 많았다. 학내군기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학교 내에서 군대에서의 기강을 세우는 문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학교와 군대라는 개념이 범주나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모순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표현이 어색하지 않으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 정도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의 정당성을 인정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문화의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 보자.
우선 군기에 버금가는 분위기가 대학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유를 살펴보자. 군기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위와 상은 영어 오더(Order)’에 해당한다. ‘Order’는 라틴어 ‘Ordo’에서 온 것으로 계급()과 명령을 동시에 뜻한다. 이는 우리의 유교적 문화 전통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그 이상향이 대동국가(사회); 평등사회였던 유교는 지독히도 계급적이고 일방적인 지배구조의 대명사로 왜곡/변질되어 정착되었고,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이 굴레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학내군기의 역사는 우리 내 변질된 유교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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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왜곡되고 변질된 전통에서 벗어날 단초를 찾기 위해서는 개념들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이해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일명 대학문화로 포장되는 학내군기의 중심 키워드인 문화명령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해 근본부터 알아보자.
첫째, 문화란 단어의 어원은 ‘Natura(원래의 모습)’의 반대말인 ‘Cultura(경작; 땅을 갈아엎어 농사짓기)’란 라틴어에서 왔다. 자연적으로 주어진 그대로의 척박한 땅을 갈아엎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힘든 일이다. 그래서 농사꾼은 농사를 통해 인내, 기다림, 비움을 배우게 된다(盡人事待天命). 서양에서 Cultura가 교양(지식, 정서) (심신)수련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갈아엎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주어진 모든 것들, 즉 후배, 선배, 교수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갈아엎어야 할 대상이다. 학과 혹은 대학의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그 시작은 나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는 내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 자신부터 갈아엎어라.

둘째, ‘명령의 개념은 이미 살펴보았듯 계급()과 상명하복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점은 ‘Ordo’의 뜻은 조화(Cosmos)’의 의미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혼돈(Chaos)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주의 질서(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혼돈, 혼란함, 무질서 속에서도 조화와 질서를 모색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무질서의 질서(패턴)까지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조화란 무엇일까? 이는 소통상생의 원리로 축약할 수 있다. 소통은 상대와의 대화를 뜻한다. 이 대화를 통해 나의 장점과 단점,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상생다 같이 살기라고 풀 수 있겠는데, 이를 위해서는 나의 단점을 상대방의 장점으로 보완하고, 나의 장점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대화를 통해 서로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 올바른(?) 학내군기의 기본 원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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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기본 개념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해결책의 단초이다. 학교학과의 발전, 구성원들의 정체성 확립, 학과 행사의 성공적 개최 등의 좋은 목적이 학내군기라는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각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갈아엎어야 할, 바뀌어야 할 부분을 반성해 보자. 그리고 진정한 질서와 위계가 과연 일방적인 상명하복으로 세워질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갈아엎을 때도 상명하복식의 경작이 아니라, 언제나 조화와 배려의 경작이 되어야 한다.
 
정윤승 교수
공주교대 겸임교수
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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