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퇴직 후 농부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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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농부로 돌아가고 싶다

기사입력 2017.09.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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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jpg▲ 사진:픽사베이
 


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다시 농부로 돌아가고 싶다. 아버 지는 6.25 때 월남하셔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안 먹고, 안 쓰시면서 모아 논도 사고 밭도 사고 많지는 않지만 농사를 지을 땅을 준비하셨다.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어느 정도 살만해지기 시작한 내가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아프기 시작하셨다. 나는 대학에 진학 하려고 진학 반에 들어갔지만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도 가야했고, 집안일의 일부는 내가 해야 했기 때문에 장남인 나는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시다가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는 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몇 년간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농사일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는 거름을 하기 위해서 퇴비를 해야 했고, 봄에는 가래질(논에 물이 새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삽과 비슷한 농기구로 세 명이서 논두렁을 만드는 일)을 해야 했으며, 낫으로 벼를 베었다. 탈곡을 하기 위해서는 지게로 볏단을 모았다. 탈곡을 하면 멀리서 벼 가마를 지게로 옮겨야 했으니 농사일이 힘들다며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농사일을 하는 것이 참으로 좋다. 다른 일과 달리 시간을 내려고 하면 마음대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농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내가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이유는 시간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 다. 젖소를 키운다거나 비닐하우스를 하게 되면 사시사철 바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름철이나 겨울철은 농한기라고 하여 쉴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길다. 때로는 한 달이나 두세 달은 농사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농한기가 아니더라도 며칠의 시간은 쉽게 만들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때는 여름에 한 달, 겨울에 한달은 풀무원에 가서 성경공부도 하고, 무농약 농사 재배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농사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더운 낮에 일을 하였으나 나는 새벽이나 저녁에 서늘한 시간을 활용하여 농사일을 했다. 낮에는 그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낮잠을 잤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일도 하지 않고 빈둥 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할 일은 다했다.

모두들 농약을 쓰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하였지만 비록 소득은 적더러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싶었다. 내가 먹는 채소는 내가 선택하여 먹고 싶었다.

농부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어머니도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좋은 것,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내다 팔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먹자고 하셨다. 나는 우리가 농사를 지으면서 왜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팔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먹느냐며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먹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팔자고 주장하여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살며 텃밭에서 무공해 채소를 키워 싱싱한 채소를 먹으며 좀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부유하게 살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사치나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여유로운 삶은 아니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는 시간에는 색소 폰도 불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하며 살고 싶다.

과거처럼 모내기할 때 두레를 엮어서 동네사람들이 다 함께 농사 일을 하면서 들밥을 먹는 맛을 다시는 느껴 볼 수는 없겠지만,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집사람과 함께, 이따금 방문하는 딸아이의 가족과 둘러 앉아 텃밭에서 꺾어낸 아욱을 넣고 새우를 넣어 끓여낸 아욱국을 먹고 싶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가꾼 상추를 직접 뜯어상추쌈을 싸 먹고 싶다. 가마솥에서 둘러낸 누런 누룽지를 먹어 볼수는 없겠지만 농촌만이 갖고 있는 장점들이 나는 좋다.

집 근처에 조그마한 방갈로를 하나 만들어 놓고 고향을 방문하는 친구들이 부담 없이 하루 쉬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나무를 하지 않아 우거진 산에 가서 죽은 나무를 베어다 장작을 만들어 쌓아 놓고 군불을 땔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집 근처에 조그마한 연못도 만들어 놓고 미꾸라지, 송사리, 새우도 넣어 길러 생각날 때 얼개 미로 몇 마리 건져서 추어탕도 끓여먹는 맛을 느끼며 살고 싶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퇴직을 하게 된다. 퇴직 후에 직장 근처에 어슬렁거리며 내가 근무했던 동료직원들에게 전관대우를 해달라며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힘들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일찌감치 고향에 내려가서 조그마한 농장을 갖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가난해서 기름이나 연탄난로를 땔 수가 없어서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군불을 지펴야 했지만 나무가 많지 않았 다. 지금은 나무를 하지 않아 산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나무가 우거져 있다. 산에 우거져 있는 잡목들을 정리해가면서 얼마 든지 연료를 얻을 수 있다.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군불을 지펴도될 것이다.

편하게 기름보일러나 전기보일러를 설치하기 보다는 군불을 때가면서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먹던 어릴 때 살던 추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 어릴 때는 방에 화로를 하나 갖다 놓고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거나 인절미를 구워 먹었는데 이제는 벽난로를 설치해 놓고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는 맛을 느껴보고 싶다. 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를 해나갈 생각이다.
[김운영작가/최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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