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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8번지

기사입력 2017.10.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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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jpg 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장소를 피했고, 하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어릴 때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노래를 부른다.▲ 사진:픽사베이
 


오랫동안 함께 근무를 했던 직원들도 내 노래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장소를 피했고, 하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어릴 때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노래를 부른다.
고등학교 때 우리는 남녀가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다. 어느 날 음악선생님이 이번 음악시험은 노래 부르는 것으로 시험을 치른다고 했다. 집에서는 음치라는 소리를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피해왔기 때문에 이때까지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본적이 없었다.

음악 시험이 시작되었다. 번호순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내 순서가 다가오니까 걱정이 되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먼 산에 진달래…” 노래를 조금 부르자 음악선생님이 “네 실력을 알았으니까 앉아”하는 것이었다. 나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끝까지 국어 책을 읽듯이 읽어갔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까 90점을 주었고 그 성적은 우리 반에서 제일 높은 점수였다. 음악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는데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 후로 나는 음치라고 생각했고 남들 앞에서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장소는 무슨 핑계를 대고라도 참석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 될 때는 주일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다.

띈 강변에 한 방아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래하기를이 세상에 부러워할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나를 부러워 할 사람도 하나도 없네
지나가는 사람이 이 노래를 듣고 하늘에 뜬 종달새도 들었으리라이 세상에 부러워할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나를 부러워 할 사람도 하나도 없네
지나가는 헨리 왕이 이 노래를 듣고 가까이 와 친절하게 말하기를 여보게, 방아꾼 지금 그 노래를 나를 위해 디시 한 번 불러 주구려
방아꾼이 빙그레 웃고 벙거지를 벗으며 노래하기를이 세상에 부러워할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나를 부러워 할 사람도 하나도 없네
군에 근무할 때 선임들이 내게 노래를 시켰을 때 선임이 시키는 것을 거부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렀다. 선임은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음치라고 했다. 교회에 다니는데 찬송가는 어떻게 부르냐며 찬송가를 주고는 찬송가를 불러보라고 했다. 

내가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 일반 대중가요보다 듣기가 좋았던지 찬송가는 부르면서 왜 대중가요는 못 부르냐며 이상하다며 계속 대중가요를 불러 보라고 했다. 교회에 다니며 매일 불러보는 찬송가는 부를수 있지만 대중가요는 불러지지 않았다.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선임도 내게 대중가요를 부르라고 하는 것을 포기했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내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면 그노래를 부른다. 송년회 장소가 되었든지 아니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어느 장소가 되었든 나는 늘 그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 불렀던 노래이기는 하지만 난 그 노래를 무척 좋아 한다.

혼자 길을 걸으며 부르기도 한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며 참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람들에게는 갖가지 재주와 재능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보면 부럽 다. 동서들이 만나면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 잔하고 술을 깨자며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 나는 노래방까지 따라갔다가 조금 있다가 슬며시 나와서는 주변을 산책하거나 다른 시간 보낼 거리를 찾는다.

컴퓨터에 노래방 CD를 넣어 틀어 놓고 혼자서 노래를 따라 불러 보지만 남들 앞에서는 노래가 안 나온다.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장소에는 가고 싶지가 않다.
나는 회식자리에서 2차는 안 간다. 2차를 가면 맥주를 마시게 되고 맥주를 마신 후에는 노래방까지 가는데 노래방에 가기가 싫다.

그러나 때로는 피할 수 없는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노래방 반주 기에 내 18번지인 “띈 강변의 한 방아꾼” 노래는 수록되어 있지 않아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른다.
내 노래를 들었던 직원들은 매일 그 노래만 부른다며 앵콜을 외친다. 또 한 곡 더 부를 것을 요청한다. 난 노래를 찾을 테니까 다른 사람 먼저 부르라고 하고 노래를 찾는 척 하다가는 밖으로 나와 서는 집으로 와버린다.
나도 흥이 날 때면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른다. 주로 찬송 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찬송가를 부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진다. 군에서 대공초소에 혼자 근무를 설 때 찬송가를 크게 부르고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니까 계단에 말똥 두 개(중령)가 올라 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하고 얼른 나가서 “충성” 하고 인사를 했더니 “춥지 않아?”하셨다. 군종참모님이셨다.
혼자 있을 때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는 노래가 안 나온다.

앞으로는 남들 앞에서 부를 수 있는 18번지를 한 두 곡을 마련해서 남들이 기분 좋게 놀고 있을 때 분위기만이라도 깨뜨리지 말자고 했지만 잘 안되었다.

내가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내가 노래를 잘 못 부르니까 악기라도 배워 연주해 보자며 쉬운 악기를 선택한 것이 색소폰이 다. 색소폰을 잘 불지는 못해도 아침에 출근하여 노래 몇 곡을 불면 하루 종일 마음이 편해진다. 색소폰을 잘 불어야 맛인가. 못 불면 어떤가. 내가 편해지면 되는 것이 아닌가.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보니 집에서는 색소폰을 불 수가 없다. 퇴직 후에는 인가(人家)와 조금 떨어진 곳에 조그마한 집을 지어 놓고 취미생활을 하련다. 노래를 부르지는 못해도, 색소폰을 잘 불지는 못해도 시간이 날 때, 마음이 울적할 때 색소폰을 불어 보련다.

색소폰은 크기가 커서 항상 휴대하고 다닐 수도 없고, 소리도 커서 아무 곳에서나 부를 수 없다. 항상 휴대할 수 있고 실내에서 불러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한 악기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코디언을 배워보라고 하는데 아코디언은 실내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역시 커서 항상 휴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하모니카를 배워볼까 하고 생각 중이다
[김운영작가/최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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